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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e앤Thyme
깻잎 장아찌
크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외모가 차갑고 까칠하게 생겼다. 역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실제 성격도 그런 것 같다.
오래 긴장 속에 선수를 키워 내고 시합에 나가고 심판을 보는 생활을 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생긴 모습이나 성격이 냉정하고 철두 철미한 사업가 아빠를 꼭 닮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는 타고난 모양이다.
내가 커피 믹스를 먹으면 에스프레소만 먹게 생겼는데 의외라고 하고 요리는 커녕 세수할 때 빼고는 손에 물도 안 묻히게 생겼다고 하며 단무지를 먹으면 반전이라고 말한다. 오래 전부터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탓인지 말투가 똑똑 끊어지고 말끝에는 또 얄밉게 입을 꼭 다문다고 한다. 심지어는 저 여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게 생겼다 소리도 꽤 들었는데 이제 뭐 새롭지도 않다.
그렇다, 나의 별명은 얼음 공주다….
우리 엄마는 상당한 미인에 여리 여리하고 지극히 예민한 소녀 감성을 지녔으며 섬세하고 얇은 유리 볼 같아서 무늬만 겨우 여자인 내가 맞추기에는 어려움이 꽤 있다. 말이 없던 아빠와는 사뭇 다르다.
엄마 혼자 된지 십년이 되고 보니 연세도 있고 이제 뭘 해 드시는 걸 영 번거로워 하신다. 한국엔 이것 저것 주문 음식이 잘 되어 있어서 맛있다고 하는 것들을 동생이 잘 사다 쟁여 놓는다. 그런데도 지난 여름 방문 때 피클이나 깻잎 장아찌, 견과류 볶음 등을 한두 번 드실 양만큼 씩 진공 포장해서 여러 뭉치 보내 드렸더니 입이 짧은 엄마에게는 그게 더 좋았던 모양이다. 좀 더 있었으면 하고 연락이 왔다.
얼음 공주 큰 딸은 살갑게 말 한마디도 못 건네는 무뚝뚝쟁이 지만 그 딸이 정성들인 음식들만은 살갑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께 보낼 음식들을 만들며 내 부엌은 부산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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