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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여러 대륙의 발효 기술이 집약된 국가.” 한국을 찾은 프랑스 요리사 파스칼 바흐보

셰프뉴스|2016-07-29 오전 09:55|580|0


보통 유명한 인물을 설명할 때면 그의 뛰어난 기록을 소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요리사로 치면, 몇 개의 미쉐린 별을 받았는지, 어떤 대회에서 우승했는지 등을 드는 것이다. 이런 소개 방식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물 외의 것의 명성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8일 경력이 아닌 요리 철학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요리사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요리사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요리사, 파스칼 바흐보Pascal Barbot. 2016 서울푸드페티벌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젊은 요리사들이 알아야 할 것은 방송에 나오는 요리사의 모습은 정말 작은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요리사는 유명해지기 위해 선택할 직업이 아닙니다.”

DSC09822 copy25석의 작은 레스토랑 라스트렁스L’Astrance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3개월씩 예약을 받는 이곳은 세계 미식가들이 파리에 들르면 반드시 찾아가는 레스토랑 중 하나다. 이곳의 셰프인 파스칼 바흐보는 일찍이 타국의 식재료를 이용해 프랑스 미식가들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금도 열대 과일 및 해조류, 유자청과 장류 등 유럽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를 사용한다.

파스칼은 프랑스 비쉬Viche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들이 보통 요리사 집안에서 자란 것과 달리 그의 집안에는 요리사나 파티시에 등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 할머니가 끓여주던 양파 수프에 관련된 흔한 미담도 없다는 그는 대신에 시골 마을의 풍부한 자연환경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대문을 열면 허브나 당근 딸기 등을 직접 딸 수 있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가와 들판에서 많은 영감을 얻으며 자랐습니다.”

그는 14살에 처음으로 요리에 입문했다. 우리의 전문학교 격인 호텔 학교에서 2년 동안 요리의 기본적인 내용을 습득했다. 그리고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고향과 런던 등에서 요리사 생활을 이어갔다. 그만의 요리 스타일이 시작된 중요한 경험을 군대에서 한 것이다.

“해군에 지원해서 2년을 보냈는데, 1년 동안 뉴칼레도니아에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남태평양 거의 전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었죠. 닭고기에 코코넛 기름을 사용하는 것은 제게는 익숙했지만,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방식이었습니다.”

그의 요리에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의 식문화가 느껴진다는 평가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다행히도 나는 어린 나이에 요리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다양한 나라의 식재료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른 요리사들은 요리를 배우고 그다음에 식재료를 알게 되지만, 나는 식재료를 찾는 재미를 비교적 먼저 느낄 수 있었죠.” 군 생활 전까지 그가 알고 있던 식재료는 배추나 감자, 당근 등 기본적인 재료가 전부였다. 그는 “지금의 프랑스 식문화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며 요리의 발전은 교류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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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파스칼 바흐보와의 일문일답이다.

Q 한국 및 다른 많은 나라의 요리사들은 당신을 천재 요리사, 요리사의 대통령 등으로 부릅니다. 스스로 어떤 요리사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나는 절대로 천재가 아니에요. 단순히 프랑스 요리를 하는 요리사일 뿐입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에는 요리사의 인생과 경험 등이 묻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요리사가 어떤 사람인지 가족을 통해 지켜볼 수는 없었지만, 다양한 자연환경을 통해 영감을 얻으며 자랄 수 있었습니다.  군 생활에서 아시아 등의 이국적인 식재료와 문화를 알게 됐고, 막 요리를 시작할 무렵 식재료의 소중함도 동시에 배웠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다른 문화와 교류를 통해 발전한 것은 프랑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고유의 식문화가 있었지만 지금의 프랑스의 식문화는 다양한 문화와 교류하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나의 요리도 그렇다고 볼 수 있죠.

Q 그렇다면 요리사로서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대부분의 요리사가 유명해지기 위해서 요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요리에 요리사만의 이야기를 담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14살 이후 30년간 요리를 하고 있지만, 내가 어떻게 살았고, 내가 지금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음식에 집약해서 보여주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 생각을 음식에 담으려고 노력하다보면, 프랑스의 요리인지 일본식인지 아시아 스타일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에서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바로 퓨전과 이국적인 것의 차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내 요리는 이국적입니다. 내가 된장을 쓰거나 유자를 섞는 것에 자유로운 것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사가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건 일관적인 맛과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같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재료를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식문화가 발전하게 된 과정도 알고 있어야 하는 등 고민해야 할 것이 늘어납니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한국에서는 셰프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유명해지려고 요리사에 지망하는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도 큰데요.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과도기가 있었나요?
A 프랑스와는 조금 사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같은 문제는 아니지만, 트렌드의 변화는 있던 것으로 압니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요리계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돌이켜 보니 셰프가 지금처럼 이름을 내걸고 음식을 팔게 된 것도 70년대에 처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오히려 호텔이나 서버, 매니저들이 더 유명했죠. 이 시기에 요리 기술와 관련된 십계가 정립됐고, 지금의 마스터 클래스처럼 스타일링 하는 방법도 더 구체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누벨 퀴진 시대가 20년간 유지되고 미디어의 발전이 더해지자 프랑스 미식도 다양하게 변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프랑스의 방송에도 요리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젊은 요리사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방송에서 나오는 셰프의 모습은 실제의 10%도 안 된다는 것이죠. 그대로 다 받아들이면 절대로 안 됩니다. 내가 이번에 소개할 요리도 2주 내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만든 요리입니다. 방송에서는 한 시간 동안 요리를 만들어내라는 등의 경쟁적인 요소로 가득하지만, 실제 요리는 시간과 엄청난 고민, 테루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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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했을 때 좋은 음식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A 소중한 식재료를 생산한 생산자의 의도와 그것을 요리에 나타내는 요리사 그리고 그 음식을 먹는 손님이 기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생산자와 요리사, 그리고 소비자에 이르는 세 과정을 관통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이기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셰프와 생산자를 포함한 만드는 사람의 기쁨, 소비하는 사람의 기쁨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래야 요리가 완성된다고 봅니다.

Q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A 5년 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열흘간 한국에 머물렀는데, 아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한국에는 세계 각 대륙에서 하고 있는 발효기술이 모두 집약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데요. 사실 모든 인류가 어떻게 하면 음식을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자연히 저장기술과 발효 기술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데 한국에서는 특히 많은 기술이 보전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도 발효기술이 있죠. 치즈나 와인 등이 있지만 채소 발효, 특히 익히지 않고 차가운 상태로 발효하는 기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절이는 기술을 위해 소금을 이용하는 반면, 한국은 특이하게 설탕으로도 색다른 발효를 하더군요. 식초를 이용하는 것도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한국 사람들은 식재료에 두 번째 삶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버섯이나 마늘, 김, 채소 등이 완전히 새로운 맛으로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까? 마늘은 흑마늘로, 채소는 장아찌나 청으로 다시 주방에서 살아납니다. 보통 채소는 주방에 들어오면 바로 사람들 배속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니 이런 발효 기술은 얼마나 획기적인지 알겠네요.

Q 식문화를 보는 관점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 무엇을 보며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A 나는 아시아의 가정식과 길거리 음식을 보면서 영감을 얻습니다. 매일 먹는 음식이 그만큼 소중하고, 식자재의 쓰임이 가장 다양하게 나타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Q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 해줄 수 있나요? 레스토랑 확장계획 등 관련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확장계획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유명한 요리사라면, 큰 규모의 레스토랑을 갖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 계획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발효 기술이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서 일본인 요리사 슈조기시다와 함께 요리를 시연했다. 시연 중에 그는 “메뉴를 완성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코스의 일관성”이라며 메뉴를 고민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 등을 설명했다. 함께 시연에 나섰던 슈조 기시다 셰프는 2001년 아스트렁스에서 파스칼 바흐보와 함께 일했다. 파스칼 셰프의 첫 제자였던 기시다는 현재 도쿄에서 퀸테센스Quintessence를 운영하고 있다.

파스칼 바흐보는 주방을 철저하게 지키기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번 2016 서울푸드페스티벌 참여와 같이 장기간 자리를 비울 때는 레스토랑의 문을 닫을 정도로 철저하게 요리 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진 셰프다. 그의 요리에 대한 철두철미한 집중력이 요리사들의 존경을 끌어내는 이유라고 사람들은 평가한다. 파스칼 바흐보의 레스토랑인 아스트렁스는 2000년 처음 문을 열었다. 3년 뒤인 2003년 미쉐린 별 세 개를 획득,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2016서울푸드페스티벌은 5월 2일 시작으로 7일간 서울과 부산 일대에서 미식 행사를 열었다. 파스칼 바흐보 외에도 약 18명의 해외 유명 셰프 및 식품 연구가, 생산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한국인 셰프와 함께 진행한 갈라디너와 토마스 뷰너, 파스칼 바흐보, 니코 로미토, 마그누스 엑 등 12명의 셰프가 참여한 그랜드 스타 디너 등은 행사 시작 전부터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또한, 셰프들의 레시피와 철학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행사인 셰프 서밋Chef Summit도 7일과 8일 양일간 진행했다. 셰프 서밋에는 한국인 셰프 윤화영, 이유석, 이충후씨와 요리 연구가 이종국씨, 농부 박미영씨 등이 연사로 오르기도 했다.

· 셰프뉴스에서 보기 : http://chefnews.kr/archives/1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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