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오직 ‘카레’ 한 가지만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총 49권으로 비슷한 소재의 다른 만화(라면 요리왕, 천하일미 돈부리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분량이 많다.
카레만으로 수십 권에 이르는 만화 연재가 가능한 이유는, 카레라는 요리의 변화가 상당히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한국식 카레라이스가 없다’고 표현하는 쪽이 더 적절하다.
인도인들은 우리의 장 종류처럼, 집집이 다른 맛을 내는 가람 마살라를 기본으로 치킨과 시금치, 요구르트 등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카레를 만든다.
카레가 전 세계를 도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영국의 식민 지배이다. 낯선 카레 맛에 매료된 영국인들은 자신들 식으로 카레를 받아들였다.
감자와 당근, 양파 등을 썰어 넣고 일종의 스튜처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서양식 카레에는 생크림과 부케 가르니, 치킨 스톡 같은 양식 재료들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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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을 통해 카레를 배우고,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이들이 바로 일본인들이다.일본에 건너온 카레는 현지인들의 입에 맞지 않는 가람 마살라 등 향이 강한 재료들이 빠졌다.
또 고형, 혹은 가루 형태의 즉석 제품이 나오면서 카레는 집에 남은 채소와 고기를 죄다 때려 넣어(!) 간단히 끓이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으로 자리 잡는다.
만들기 쉬운 데다가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보니 일본인들에게 카레는 ‘엄마가 만들어준 가정식’ 이미지가 강하다. 홋카이도 식의 수프 카레를 비롯해 카레 빵, 카레 우동 등 카레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들도 발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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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역이 인접해 있다 보니 카레가 자연스럽게 퍼진 곳이 동남아시아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발달한 동남아식 카레는 피시 소스와 코코넛 밀크 등의 재료가 들어가면서 인도나 일본식 카레와는 또 다른 맛을 낸다.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이유로 카레가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왠지 카레에 건강식 이미지가 더해졌다. 특히 강황의 효능을 강조한 백세카레가 웰빙 열풍으로 인기를 끌면서 시중에는 온통 샛노란 카레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강황이 마치 카레의 핵심 성분이면서 만병통치약(!)쯤 되는 것으로 파악하면 곤란하다. 원조인 인도 카레에는 강황 말고도 카르다몸, 사프란, 쿠민 등 다양한 향신료가 배합돼 조화로운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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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카레에 쓰이는 향신료 대부분은 각자의 약효 성분이 있다. 이 다양한 약리작용은 무시한 채 강황의 효능만을 앞세우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세계를 정복한 음식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비빔밥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굳이 꼭 정해진 재료를 쓰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다는 이유가 크다.
카레 역시 이처럼 무한대로 변주되면서 각 나라의 음식문화를 풍족하게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이바지를 하고 있다. 우리도 샛노란 강황 가루로만 카레를 인식할 것이 아니라,카레를 통해 더욱 다양한 맛의 세계에 입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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