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면 ‘미식가의 나라’ 또는 ‘요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나라’라는 사치스럽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요리가 곧 사회적인 권위를 상징했던 중세의 귀족 중심의 음식문화가 현대에까지 미쳐 생활 속 음식문화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과 식사의 의미를 높게 사는 것은 근대적인 프랑스인이라 할 수 있는 파리지앵(한국의 ‘차도남, 차도녀’)도 마찬가지지만, 삶의 방식은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필자는 파리에 있는 아파트의 부엌을 여러 곳 둘러보며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냈다. 영화에서 보던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는 검소하고 실용적인 삶의 방식이 녹아 있었다.
파리에 있는 대부분 부엌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창문이다. 이 창문은 화사한 자연광을 부엌 구석구석으로 뿌려주고 있었다. 창을 넘어서는 멋진 풍광이 펼쳐지고, 그 창을 통해서는 자연광이 들어와 모든 사물을 밝혀준다.
모든 부엌이 이런 창문을 가질 수는 없지만,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소개되는 파리의 부엌은 대부분 그러했다. 이 때문에 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은 파리의 부엌은 모두 빛으로 가득 찬 동화 속 세상인 줄로 알고 감탄한다.
파리의 부엌에서 찾은 냉장고들은 대체로 크기가 작았다. 일반적인 냉장고 크기의 반밖에 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는데, 식기세척기나 오븐처럼 조리대 아래에 붙박이built-in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의 일반적인 가정에 양쪽으로 열리는 대형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 기본으로 갖추는 풍습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큰 냉장고가 필요없는 이유는 자주 조금씩 사기 때문이다. ‘파리지앵처럼 쇼핑하기Shop like a Parisian’라는 말은 종종 프랑스인의 잦은 쇼핑 스타일을 비꼬기도 한다. 반면 도심에서도 신선한 음식을 먹기 위해 소량의 쇼핑을 자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작고 간소한 것은 냉장고뿐만이 아니다. 가스레인지 또한 아주 작은 것이 놓여 있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파리의 부엌에선 흉측스러운 가스레인지 대신 깔끔한 인덕션을 더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인덕션의 보급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더욱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직접적인 불꽃이 사용되지 않아 화재나 화상 사고의 위험성이 낮다. 또 가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부엌의 공기 오염도 덜하다.
한국은 보통 세탁기를 베란다에 내어놓거나 보일러실에 넣어 시야에 안 보이게 숨긴다. 미국에서는 옷장이나 화장실에 놓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파리의 부엌에서는 조리대 아래에 작은 세탁기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설치한다면 수도와 배수관을 연결하기에도 편리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모든 파리의 부엌이 다 그러하진 않았지만) 찬장의 공간을 남김없이 활용한 곳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양의 그릇과 조리기구를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크기, 모양별로 빼곡히 쌓아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엌에 설치된 보일러나 배기구가 공간을 뺏어가면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찬장에 공간이 없자 열린 선반에 파스텔톤 천으로 커튼을 만들어 문의 역할을 하게 했는데, 부엌의 분위기가 한 층 로맨틱해졌다.
Editor’s Note : 본 콘텐츠는 Thekitchn의 <5 Things We’ve Learned from Paris Kitchens>를 번역,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셰프뉴스에서 보기 : http://chefnews.kr/archives/1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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